애드센스 승인도 안 난 내가, 그래도 블로그를 쓰는 이유
애드센스 승인 거절 메일을 받은 날, 노트북 박살내려고 했습니다.
정책 위반도 아니고,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현재는 승인해드릴 수 없습니다”라는 문장 하나. 이유를 물어도 답은 안 옵니다.
몇 달 동안 퇴근하고, 집안일 다 끝내고, 새벽에 일어나서 쓴 글들인데. 그 메일 하나에 다 부정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음 날 저는 또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은 이유 — 돈이 목적이 아니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처음엔 저도 “부수입 만들어야지”로 시작했습니다. 다들 그렇게 시작하니까요.
근데 거절 메일을 받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만약 돈이 진짜 목적이었다면, 저는 그 다음 날 블로그를 접었을 거예요.
수익이 안 나는데 계속 쓰는 이유를 스스로 찾다가, 좀 민망하지만 진짜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저는 그냥 쓰는 게 좋았습니다.
돈은 나중에 따라오면 좋은 거였지, 애초에 이유가 아니었던 겁니다.
매일 쓰면서 알게 된 것 — 내가 뭘 좋아하고 뭘 견디는 사람인지
글감을 찾으려고 하루를 다시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상한 걸 알게 됐어요.
저는 정리되지 않은 상태를 못 견디는 사람이더라고요. 근데 정작 제 삶은 정리가 안 돼 있었습니다. 웃기죠.
글로 쓰다 보면 그게 보입니다. 뭘 참고 사는지, 뭘 좋아하는 척하는지, 진짜 뭘 원하는지.
이건 애드센스가 승인해줄 수 없는 종류의 성과입니다. 근데 저한테는 이게 더 큽니다.
아무도 안 읽어도 남는 것 — 기록은 배신하지 않는다
조회수 2, 3 나오는 글도 많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거의 아무도 안 봅니다.
근데 3개월 전에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 그때의 제가 지금의 저한테 말을 겁니다.
“그때 이런 걸로 힘들어했었구나.” “이 문제, 그때보다 지금은 좀 나아졌네.”
남이 안 읽어줘도, 이 기록은 저를 배신한 적이 없습니다. 이건 조회수로 안 잡히는 수익입니다.
용기는 확신 뒤에 오지 않는다 — 확신 없이 시작한 게 용기였다
“확신이 서면 시작해야지”라고 미뤄온 게 몇 개나 되는지 세어봤습니다. 셀 수가 없었습니다.
근데 이번엔 확신이 하나도 없는 채로 그냥 시작했습니다. 승인도 안 났고, 글도 서툴고, 구독자도 몇 명 안 됩니다.
그런데도 계속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사실 용기였습니다. 확신이 생긴 다음에 낸 용기가 아니라, 확신 없이 그냥 낸 용기요.
나이 오십 넘어서 이런 종류의 용기를 다시 내 볼 줄은 몰랐습니다.
마지막으로
승인은 언젠가 나겠죠. 안 나도 상관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고요.
근데 승인이 나든 안 나든, 저는 이미 얻은 게 있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됐고, 확신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거면, 일단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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