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이 시끄러운 날 — 잡생각을 정리하는 3가지 방법
요즘 “잡생각이 많아서 머리가 복잡하다”는 말을 참 자주 듣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폰을 봅니다. 뉴스를 한 번 훑고, 인스타그램을 몇 번 넘기고, 유튜브 알고리즘이 물어다 준 영상 두어 개를 보고 나면 아직 침대에서 나오지도 않았는데 머릿속은 이미 꽉 차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머릿속은 시끄러운데, 정작 내 생각은 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비우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명상하세요. 디지털 디톡스를 해보세요. 떠오르는 생각에 매달리지 말고 흘려보내세요.
다 맞는 말입니다. 저도 해봤고요.
그런데 저는 어느 순간 반대쪽으로 갔습니다.
잡생각을 없애는 대신, 일단 붙잡아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정착한 방법은 아주 단순합니다. 떠오른 생각을 단어 몇 개로 메모하고, 저녁에 일기로 풀어놓고, 일주일에 한 번만 다시 보는 겁니다.
1. 성인 ADHD, 제 머릿속은 원래부터 시끄러웠습니다
저는 성인 ADHD 당사자입니다.
그러니까 저한테 머릿속이 시끄러운 건 요즘 생긴 일이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그랬습니다. 한 가지를 생각하면 거기서 세 갈래가 뻗고, 그중 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립니다.
그 이야기는 성인 ADHD로 돌아본 어린 시절 — 어릴 적 전 늘 촐랑이였습니다에 적어두었습니다.
오랫동안 저는 이런 생각들을 없애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집중해야 하는데 딴생각이 나니까 문제였고, 자야 하는데 머리가 꺼지지 않으니까 문제였고, 대화 중에 갑자기 다른 생각이 떠오르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제 생활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오래 하던 일을 정리하면서 시간이 생겼고, 집 안의 물건도 많이 줄였습니다. 주변이 단순해지니 마음에도 작은 빈자리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으로 제 머릿속을 없애려 하지 않고 그냥 들여다봤습니다.
하루 종일 어떤 생각이 지나가는지 가만히 구경해본 겁니다.
그랬더니 조금 놀랐습니다.
물론 쓸데없는 생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10년 전의 부끄러운 기억, 냉장고에 남은 반찬 걱정, 누군가에게 들은 말에 대한 뒤늦은 반박 같은 것들이요.
그런데 그 사이사이에 꽤 괜찮은 생각도 섞여 있었습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생각.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은 방법. 글로 쓰면 재미있겠다 싶은 이야기.
가끔은 스스로 천재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물론 일주일 뒤에 다시 보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지만요.
문제는 그 생각들이 전부 그냥 사라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건 조금 아깝잖아요.
2. 잡생각 정리 1단계 — 단어 몇 개만 메모합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떠오른 생각을 붙잡는 일이었습니다.
지금 제 침대 옆에는 작은 메모지와 펜이 있습니다. 거실 테이블에도 하나 있고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으면 결국 적지 않게 되거든요.
휴대폰 메모장을 사용해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종이와 휴대폰을 둘 다 씁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화장실에서 좋은 생각이 제일 많이 나옵니다.
왜 그런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 짧고 조용한 시간에 이상하게 이야기가 흘러나옵니다. 그래서 나오자마자 적습니다. 안 그러면 손을 씻는 동안 사라져버리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문장으로 쓰지 않습니다. 나중에 기억할 수 있을 정도의 단어 몇 개만 적습니다.
‘엄마 촐랑이’
‘옷장 색깔별’
‘카페 한 곳씩’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제대로 된 문장으로 쓰려고 하는 순간, 메모가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일이 되면 부담스럽고, 부담스러우면 적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이 습관도 그날로 끝납니다.
10초 안에 끝낼 수 있어야 계속할 수 있습니다.
3. 잡생각 정리 2단계 — 저녁에 일기로 풀어놓습니다
메모만 계속 쌓아두면 그것도 결국 짐이 됩니다.
보지 않은 메모가 스무 장쯤 생기면, 그 메모들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거든요.
그래서 저는 낮에 적어둔 단어들을 저녁에 꺼내 일기로 풀어놓습니다.
‘엄마 촐랑이’라고 적었다면 이렇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엄마는 어릴 때 나를 촐랑이라고 불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단순한 별명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정도면 됩니다.
가끔은 무엇을 적은 것인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분명 아침에는 굉장한 생각이라고 느꼈는데, 저녁에 보면 단어 세 개만 덩그러니 남아 있고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건 그냥 버립니다.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정말 중요한 생각이었다면 언젠가 다시 떠오르더라고요.
저에게 일기가 하는 일은 완벽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닙니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밖으로 꺼내놓는 일입니다.
생각은 머릿속에만 있으면 자꾸 커집니다. 작은 걱정이 하룻밤 사이에 인생 전체의 문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종이에 적어놓고 보면 대부분은 그렇게 큰일이 아닙니다.
산만한 날 하루를 어떻게 계획하는지는 마음이 산만한 사람을 위한 하루 계획법에서 자세히 다룬 적이 있습니다.
4. 잡생각 정리 3단계 — 일주일에 한 번만 걸러냅니다
저에게는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그 주에 쓴 일기를 가볍게 훑어봅니다. 지금 다시 봐도 마음이 가는 생각만 남기고 나머지는 없앱니다.
왜 매일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이냐면요.
갓 떠오른 생각은 무엇이든 좋아 보입니다. 밤에 쓴 편지와 비슷합니다. 쓸 때는 세상에 이런 명문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다시 보면 낯이 뜨거울 때가 있잖아요.
일주일쯤 지나야 조금 냉정하게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이걸 왜 대단하다고 생각했지?”
이 말이 나오면 버리면 됩니다. 아깝지 않습니다. 이미 일주일 전에 충분히 즐거웠으니까요.
그래도 살아남은 생각은 두 갈래로 나눕니다.
하나는 이야기입니다. 글로 쓰면 재미있겠다 싶은 생각들입니다. 이런 것은 짧게라도 써봅니다. 막상 쓰기 시작했는데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도 아직은 아니었던 겁니다.
다른 하나는 아이디어입니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싶은 것들이죠.
아이디어를 고르는 제 기준은 딱 하나입니다.
내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가.
머릿속에서는 그럴듯하지만 막상 해보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거나, 시간이 없거나, 제 성격에 맞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생각은 과감히 버립니다.
미련을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버리는 일을 못 하면 생각 정리가 아니라 메모 수집이 되어버리거든요.
5. 한 달 동안 건지는 생각은 두세 개뿐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성과가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습니다.
한 달 내내 메모하고, 일기를 쓰고, 생각을 걸러내도 실제로 남는 것은 두세 개일 때가 많습니다. 어떤 달은 하나도 없고요.
그래도 그 두세 개가 제 생활을 꽤 바꿔놓았습니다.
카페와 맛집 목록
오래 하던 일을 정리하고 시간이 생겼을 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한동안 멍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가보고 싶은 곳을 미리 적어두면 되잖아.”
카페와 맛집 목록을 만들고, 일주일에 한 곳씩 가는 일정을 정했습니다.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주에 갈 곳이 하나 정해져 있으면 한 주 전체가 무너지지 않더라고요.
그 시기의 이야기는 오래 하던 일을 끝낸 뒤 — 끝내는 데도 순서가 있었습니다에 적었습니다.
중요한 물건은 한 곳, 한 박스에만 둔다는 규칙
이것도 어디서 배운 방법이 아닙니다. 물건을 찾다가 짜증이 난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중요한 물건을 여러 곳에 예쁘게 나눠 넣지 않고 한 곳에만 둡니다. 그러면 찾는 시간이 거의 사라집니다. 어차피 그곳에 없으면 없는 것이니까요.
이 규칙을 옷장에 적용한 방법은 40~60대를 위한 심플 옷장 정리법에 썼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블로그
머리가 유난히 복잡하던 어느 날, 저는 무작정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물건이 하나씩 집 밖으로 빠져나갈 때마다 머릿속도 함께 조용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 그냥 넘어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날 저는 그 느낌을 한 줄로 적어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한 줄이 지금의 이 블로그가 됐습니다.
가장 큰 수확은 아이디어가 아니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 글이 생산성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메모하고, 일기로 쓰고, 걸러내서 좋은 아이디어를 건지는 방법처럼요.
그런데 제가 얻은 가장 큰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었습니다.
스트레스가 줄었습니다.
예전에는 잡생각이 떠오르면 그 생각보다 먼저 짜증이 났습니다.
또 시작이네. 왜 이렇게 집중을 못 하지. 이러다가 오늘도 아무것도 못 끝내겠네.
생각 자체보다 생각하는 나에 대한 짜증이 더 컸습니다. 그게 쌓이면 머리까지 아팠습니다.
지금은 무엇인가 떠오르면 그냥 적습니다.
좋은 생각이면 남을 것이고, 아니면 일주일 뒤에 버리면 됩니다. 판단을 나중으로 미루니 지금 이 순간이 덜 괴로워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방법은 어느새 제 하루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일이라기보다 습관에 가깝고, 습관이라기보다 제가 하루를 보내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솔직히 요즘은 이 과정을 조금 즐기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저는 시끄러운 머릿속을 고쳐야 할 결함으로만 봤습니다.
그런데 완전히 고쳐지지는 않았고, 대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받아들이고 내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습니다.
혹시 지금 머릿속이 너무 시끄러우신가요?
그 생각들을 전부 없애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밤 침대 옆에 메모지 한 장과 펜 하나만 놓아보세요. 무언가 떠오르면 문장 대신 단어 두세 개만 적어보세요.
대부분은 쓸모없는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중 하나쯤은 건질 만한 생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읽고 계신 이 글도 메모지에 적어둔 한 줄에서 시작했습니다.
함께 이야기해요
여러분은 좋은 생각이 주로 언제 떠오르시나요?
샤워할 때? 걸을 때? 자기 직전에? 아니면 저처럼 화장실에서?
그리고 그 생각들,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적어두시나요, 아니면 그냥 흘려보내시나요?
댓글로 편하게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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