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1등인데 의지할 사람은 꼴찌입니다 — 한국과 미국 중년은 무엇을 두려워할까
미국과 한국의 중년은 나이 드는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미국에 살면서 가끔 궁금했습니다.
여기 사람들도 우리처럼 늙는 것을 두려워할까. 그렇다면 무엇이 가장 두려울까.
마침 비슷한 시기에 미국과 한국에서 관련 조사가 나왔습니다. 두 결과를 나란히 놓고 보니 꽤 흥미로웠습니다.
같은 것도 있었고, 뜻밖에 전혀 다른 것도 있었습니다.
1. 양쪽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질문은 간단합니다.
나이 드는 것이 왜 두려우십니까?
미국에서는 올해 4월 성인 10,015명에게 물었고, 한국에서는 2024년 전국의 성인 4,254명을 조사했습니다.
두 나라의 1위는 같았습니다.
미국은 장기요양이 필요할 만큼 건강이 나빠지는 것이 39%, 한국은 건강 상태 악화가 5점 만점에 3.80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양쪽 모두 돈보다 건강이 먼저였습니다.
조금 의외였습니다. 노후 이야기만 나오면 우리는 늘 돈부터 계산하잖아요. 은퇴자금은 얼마가 있어야 하는지, 집은 있어야 하는지, 생활비는 얼마나 드는지.
그런데 정작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통장 잔액이 아니라,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일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두 나라가 같았습니다.
2. 그런데 그다음부터 달라집니다
1위 아래의 항목들을 보니 두 나라의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 미국 목록에만 있는 것 | 한국 목록에만 있는 것 |
|---|---|
| 인지 저하·치매 32% | 외모 변화 5위 |
| 독립성 상실 30% |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6위 |
| 장기요양 비용 30% | 사회적 소외 7위 |
미국의 걱정은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내가 나를 책임질 수 있을까.
기억이 흐려지는 것, 혼자 살 수 없게 되는 것,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일상을 꾸리지 못하게 되는 것. 모두 독립성을 잃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한국의 목록에는 다른 걱정이 들어 있습니다.
외모가 변하는 것, 다른 사람에게 노인으로 보이는 것, 사람들 사이에서 밀려나는 것입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걱정이 목록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조금 단순화해 말하면 이렇습니다.
미국 중년이 지키고 싶은 것은 혼자서도 설 수 있는 나이고,
한국 중년이 지키고 싶은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나입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뜻은 아닙니다. 둘 다 중요합니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조금 다른 것이지요.
두 조사는 조사 방식과 척도가 달라 수치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은 응답 비율이고 한국은 5점 척도의 평균입니다. 다만 어떤 항목이 걱정 목록에 들어 있는지는 살펴볼 수 있습니다.
3. 미국 사람들이 은퇴 후 하고 싶은 일
미국 조사에서는 은퇴 후 하고 싶은 일도 물었습니다.
여행 62%, 가족·친구와 시간 보내기 56%, 취미생활 47%, 자원봉사 23%.
그리고 손주 돌보기는 19%로 가장 낮았습니다.
가족은 만나고 싶지만, 육아에 재취업하고 싶지는 않다는 뜻일까요. 이 대목에서는 조금 웃었습니다.
어쨌든 목록 전체는 한 방향을 향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내 시간을 내가 선택하며 살고 싶다.
두려워하는 것도 독립성을 잃는 것이고, 원하는 것도 자기 시간을 지키는 일입니다. 앞뒤가 꽤 잘 맞습니다.
4. 그런데 한국 목록의 맨 아래에는
한국의 노화 불안 목록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홉 가지 항목 중 8위와 9위는 무엇이었을까요.
8위는 취미·여가 활동의 결핍, 9위는 관계적 빈곤이었습니다.
즐길 일이 없어지는 것.
그리고 곁에 사람이 없어지는 것.
우리가 가장 덜 두려워하는 두 가지입니다.
그런데 같은 나라에서 나온 다른 조사에서는 한국인 10명 중 약 4명, 정확히는 38.2%가 평소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열 명 중 네 명이 외롭다고 하는데, 곁에 사람이 없어지는 일은 걱정 목록의 맨 아래에 있습니다.
이상하지요.
우리는 이미 부족한 것을, 아직 중요한 문제로 여기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십 이후의 관계에 대해서는 「오십 이후 인간관계를 가볍게 정리하는 방법」에서 따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5. 한국에 가면 늘 듣게 되는 이야기
한국에 가면 제가 유난히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돈 이야기입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도 하고, 넉넉한 사람도 합니다. 친구도 하고 부모님도 합니다. TV를 켜도 나오고, 드라마를 봐도 나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야기의 결론은 비슷합니다.
늘 조금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미국에도 물론 돈 이야기는 있습니다. 다만 모든 대화의 중심까지 들어오는 경우는 한국보다 적게 느껴집니다.
저는 오랫동안 이것이 그저 제 개인적인 느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내용을 보여주는 조사가 있었습니다.
퓨리서치센터가 2021년, 17개 선진국의 성인 18,850명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입니까?
14개국에서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1위는 물질적 풍요였습니다. 조사 대상 17개국 가운데 유일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족은 3위였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한국의 경우 소득이 높은 사람일수록 오히려 물질주의 성향도 높게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생활이 안정되면 물질에 대한 집착이 조금씩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반대 방향의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돈이 많아진다고 해서 돈에 대한 걱정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느낀 것이 완전히 착각만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6. 우리는 정말 그것을 이루었습니다
OECD 38개국의 삶의 질을 분석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올해 발표를 보면 한국은 주거 부문 1위, 교육 부문 2위였습니다.
이 결과는 우연이 아닐 겁니다.
우리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고, 자녀 교육을 위해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한두 사람이 아니라 한 세대 전체가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해냈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한국의 삶의 만족도는 36위, 사회적 관계는 37위였습니다.
사회적 지지는 38위, 꼴찌였습니다.
사회적 지지는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도움을 청하거나 의지할 가족과 친구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항목입니다.
한국은 곤경에 처했을 때 의지할 사람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집은 1등. 교육은 2등. 의지할 사람은 꼴찌.
모두 같은 나라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결국 얻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중요하다고 적어놓지 않았던 것들은 뒤로 밀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노화에 대한 걱정 목록도 이 순서를 닮았습니다.
외모와 사회적 시선은 위쪽에 있고, 즐거움과 관계는 맨 아래에 있습니다.
물질주의를 다룬 한 연구에서는 경제적 수준과 관계없이 물질주의 성향이 강할수록 우울감은 높고 삶의 의미는 낮게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돈이 많든 적든 그렇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단순히 돈을 더 벌면 해결되는 문제는 아닐 겁니다.
7. 그래도 이미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글이 너무 무거워지는 것 같아, 최근에 본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덧붙이려고 합니다.
요즘 50대부터 70대까지 함께 여행하고 취미를 즐기는 시니어 커뮤니티가 늘고 있습니다. 한 운영자는 요즘 시니어들이 연주나 회화처럼 '잘해야 하는 취미'만큼이나 실패해도 괜찮은 놀이에 열광한다고 말했습니다.
실패해도 괜찮은 놀이.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년에는 러닝 열풍도 대단했습니다. 주말마다 전국 곳곳에서 대회가 열릴 정도였지요.
러닝의 좋은 점은 꼭 잘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기록이 느리다고 야단칠 사람도 없고, 자세가 조금 엉성하다고 퇴장당할 일도 없습니다. 어제보다 5분 더 뛰어도 되고, 힘들면 걷다가 다시 뛰면 됩니다.
합창단에 가려면 노래를 어느 정도 해야 할 것 같고, 그림 모임에 가려면 뭔가 그릴 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러닝은 운동화만 신고 나가면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성취도 아닙니다.
집도 학벌도 직함도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늘 아침 밖으로 나가 한 발씩 내디디면 그만입니다.
우리가 평생 익숙했던 방식, 그러니까 돈과 성취로는 살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 시작하기 좋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무엇을 얼마나 가졌는지 따질 필요가 없으니까요.
여기서부터는 제 생각입니다
우리나라는 집단의 힘이 강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평가가 내 기분을 쉽게 좌우합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가 어느새 내가 나 자신을 보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노화에 대한 걱정 목록에서 외모 변화와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저는 집단주의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이 짧은 시간 안에 이만큼 성장한 데에도 그 힘이 있었습니다. 위기가 생기면 빠르게 힘을 합치고, 서로 돕는 모습도 그렇습니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 보면 그것이 결코 흔한 능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만 중년쯤 되었으면 삶의 기준을 조금 바꿔도 되지 않을까요.
우리도 이제 살 만큼 살아봤잖아요.
앞으로는 남이 정해주는 기분보다 내가 선택한 기분으로 살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돈 이야기입니다
저는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생각이 없습니다. 사업을 해봤고, 돈이 부족할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도 압니다.
다만 '얼마면 충분한가'를 정해놓지 않으면 평생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집단의 기준을 따라가다 보면 그 선을 내가 긋지 못합니다. 옆집이 긋고, 친구가 긋고, 동창회와 드라마와 소셜미디어가 대신 그어줍니다.
문제는 그 선이 계속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겨우 도착했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저만큼 멀어져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벌어도 늘 모자랍니다.
한국에서 소득이 높을수록 오히려 물질주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저는 그런 의미로 읽었습니다.
내게 충분한 선을 내가 긋는 것.
그것도 중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해볼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봉사활동이 '해야 하는 좋은 일'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취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은퇴 후 하고 싶은 일로 자원봉사를 꼽는 것이 저는 조금 부러웠습니다. 의무가 아니라 즐거움으로 하는 일이니까요.
가족을 만나는 일도 의무보다 즐거움에 가까웠으면 좋겠습니다.
명절이니까 억지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어서 만나는 것. 오래 함께 있어야 해서가 아니라, 짧게 만나도 반가운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성인이 된 내 아들아, 이제 엄만 엄마 인생 좀 살련다」에도 썼습니다.
그리고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과 미국 모두 노화에 대한 가장 큰 걱정은 건강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몸에 좋다는 음식과 영양제는 열심히 챙기면서도, 마음의 건강은 쉽게 뒤로 미룹니다.
몸만큼 마음도 챙겼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도 중요하지만, 살아 있는 동안 얼마나 덜 외롭고 덜 괴로운가도 그만큼 중요하니까요.
우리는 목록에 적어놓은 것은 해냈습니다.
적어놓지 않은 것은 이루지 못했고요.
주거 1위와 교육 2위를 만들어낸 사람들입니다. 한번 중요하다고 마음먹으면 끝까지 해내는 사람들이지요.
그러니 이제 우리의 목록에서 한두 줄쯤 고쳐 써도 되지 않을까요.
함께 이야기해요
여러분의 인생 목록에서는 지금 무엇이 가장 위에 있나요?
그리고 맨 아래에는 무엇이 있나요?
혹시 가장 아래에 적어놓은 것이 사실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요즘 새로 시작한 일이 있다면 그것도 들려주세요.
잘하는 일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그냥 즐겁게 하고 있는 일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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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 Transamerica Institute, 제26차 연례 은퇴조사 (2026년 4월 발표 / Harris Poll / 미국 성인 10,015명 / 2025년 9~10월 조사)
-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한국인 노화불안 척도」 (2024년 / 전국 20세 이상 4,254명 / 5점 만점)
- OECD 「더 나은 삶의 지표」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분석 (2026년 8월 / 38개국)
- 통계청 사회조사 (2025년)
- Pew Research Center, 「What Makes Life Meaningful?」 (2021년 / 17개 선진국 18,850명)
- 「한국의 사회경제적 변화와 탈물질주의」 / 「물질주의와 정신건강」 (보건사회연구)
- 캐릿, 「도파민 시니어」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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