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쉬려는데, AI까지 따라가려니 숨이 차네요

책상 앞에서 휴대폰을 든 채 머리를 짚고 있는 여성 주위로 메시지와 알림 아이콘이 쏟아지는 일러스트

일하고, 가족 챙기고, 필요한 것들을 배우다 보니 어느새 오십을 훌쩍 넘겼네요. 이제는 조금 속도를 늦추고, 좋아하는 일에도 시간을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AI까지 따라가려니 더 숨이 찹니다.

참 편리하긴 해요. 어려운 내용을 풀어주고, 혼자 오래 붙잡고 있을 일도 도와주니까요. 저도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하나를 겨우 익히고 나면 또 새로운 것이 나온다는 거예요.

"아직도 그렇게 하세요?"

네, 아직 그렇게 합니다. 그것도 겨우 배웠거든요.

웃고 넘기다가도 슬쩍 마음이 급해져요. 남들은 벌써 저만큼 가 있는데 나만 제자리인가 싶어서요. 편해지려고 배우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공부할 것만 늘어나 있네요.

그런데 혹시 나만 이런가 싶어 자료를 찾아봤더니, 숫자가 이렇더군요.

"AI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따라가기 어렵다"는 불안을 느낀 적이 있다 — 68.0%.

세 명 중 두 명입니다. "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 습득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도 67.2%였고요.

저만 숨이 찬 게 아니었습니다.

나만 빼고 다들 천재가 된 걸까요

화면을 열면 대단한 사람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누군가는 AI로 영상을 뚝딱 만들고, 누군가는 혼자서 여러 사람 몫의 일을 해내죠. 투자도 잘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집까지 근사하게 꾸미는 사람들. 처음에는 감탄하면서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나는 오늘 뭘 했지?'

분명 나름대로 바쁘게 보냈는데, 갑자기 별일 안 한 사람이 됩니다. 배우고 싶어서 봤는데 자신감이 줄어 있는 날도 있고요.

설명이 어려우면 더 그래요. 이해하려고 다른 설명을 찾아봤더니, 거기에도 모르는 말이 나옵니다. 프롬프트가 뭔지 알 만하니 에이전트가 나오고, 이제는 자동화까지 알아야 한다네요.

하나를 알아보러 들어갔다가 모르는 것만 잔뜩 발견하고 나오는 셈이죠.

그런데 제가 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이잖아요. 기술에 밝은 사람, 투자를 잘하는 사람, 살림을 잘하는 사람. 각자 자기 분야를 보여주고 있는데, 저는 그 장점들을 한데 모아 저와 비교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 사람들은 자기 과목을 보여줬는데, 저는 혼자 전 과목 시험을 보고 있었네요.

소셜미디어에서 자신보다 더 잘나 보이는 사람과 비교할 때 자기 평가가 낮아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화면을 보고 난 뒤 느끼는 위축감을 곧바로 제 능력의 성적표로 받아들이지는 말아야겠어요.

그런데 숫자를 보고 좀 민망해졌습니다

저는 내심 이렇게 생각했어요. 젊은 사람들은 하루 종일 폰을 보고, 나는 그래도 덜 보는 편이라고요.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한 조사에서 5060세대의 월평균 앱 접속일이 28.5일로 나왔습니다. 2030세대보다 약 33% 많습니다. 한 달 30일 중에 28.5일이니 거의 매일이네요.

더 놀란 건 그다음이었어요. 앱 안에서 메시지를 주고받는 양이 2030세대의 약 2.6배였습니다.

뒤처졌다고 생각하면서 실은 제일 많이 들여다보고 있었던 거죠.

그러고 보니 50대 이상이 많이 쓰는 앱 순서가 카카오톡, 유튜브, 네이버, 그리고 건강관리 앱이라고 합니다. 필요하면 배운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나만 뒤처졌나' 하는 마음과 실제로 쓰는 양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모르면 불안하고, 알아보면 더 피곤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싫은 건 아니에요. 아직 궁금한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일도 있습니다. 배워서 생활이 편해진다면 반가운 일이죠.

그런데 요즘은 호기심에 두려움이 자꾸 섞입니다.

'이걸 모르면 앞으로 불편해질까?'
'지금 안 배우면 나중에는 더 따라가기 어렵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 알아두려고 해요. 영상을 저장하고, 새로운 도구 이름을 기억하고, 나중에 읽으려고 창을 열어놓죠.

누가 숙제를 내준 것도 아닌데 밀린 공부가 생깁니다.

기술로 인한 스트레스를 다루는 연구에서는 기술의 복잡함뿐 아니라 계속되는 변화와 과도한 요구, 일상으로 들어오는 연결의 부담도 함께 살펴봅니다. 이 피곤함을 전부 나이 탓으로 돌릴 필요는 없겠지요.

정작 제가 원하는 건 지금 하는 일을 조금 수월하게 해내는 것입니다. 이메일 한 통을 잘 쓰려고 AI를 열었다면, 그 이메일을 보냈을 때 원래 목적은 이룬 거잖아요.

그런데 옆에 있는 다른 기능까지 알아야 제대로 쓰는 것 같은 마음이 됩니다. 필요한 일은 끝났는데, 공부를 끝내도 된다는 허락은 스스로 잘 안 해주는 거죠.

지우는 것도 일이 될 줄은 몰랐어요

제가 찾아보는 정보만 많은 것도 아닙니다.

스팸 문자, 모르는 번호의 전화, 광고 이메일. 제 경우에는 이런 연락을 하루 열 개 넘게 접하는 것도 이제 별로 놀랍지 않네요.

문자가 오면 일단 확인합니다. 기다리던 연락일 수도 있으니까요. 배송 안내인가 싶었는데 수상한 링크가 붙어 있어요. 이메일에는 결제를 확인하라는 말이 보이고요.

내가 뭘 주문했나? 그냥 지워도 되나? 잠깐씩 판단하게 됩니다.

삭제하는 데는 몇 초 걸리지 않아요. 그런데 그 몇 초가 하루 여기저기에 끼어듭니다. 읽던 글에서 눈을 떼고, 하던 생각을 멈추고, 다시 돌아와서는 어디까지 했는지 되짚죠.

원하지 않는 연락을 보내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확인하고 치우는 수고는 제 몫입니다.

마음먹고 정리하면 잠깐 개운해요. 그런데 다음 날 열어보면 또 와 있습니다. 청소를 마치고 돌아섰는데 누군가 흙 묻은 신발로 지나간 기분이랄까요.

이럴 때 "폰을 덜 보면 되지"라는 말은 조금 아쉽습니다. 즐거워서 보는 것만은 아니잖아요. 필요한 연락 사이에 원하지 않는 것들이 섞여 있으니까요.

정보 과부하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리지만, 제게는 이런 날의 느낌입니다. 읽을지, 지울지, 믿을지, 답할지를 너무 많이 결정한 날.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은데 머리는 이미 지쳐 있는 날이요.

다 정리한 다음에 쉬려면, 언제 쉬나요

서랍을 정리하면 적어도 잠시 그 상태가 유지됩니다. 디지털 공간은 그렇지 않아요. 제가 가만히 있어도 새로운 것이 계속 들어옵니다.

그렇다면 전부 처리한 다음에 쉬겠다는 계획부터 바꿔야겠지요.

메일을 다 읽고, 저장한 영상을 보고, 궁금한 것까지 알아본 뒤에 쉬려면 하루가 모자랍니다. 그사이에 또 새로운 것이 생길 테니까요.

정리를 잘하려는 마음이 오히려 저를 붙잡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남은 게 없나?' 대신 '오늘 중요한 건 챙겼나?'
'다 알아봤나?' 대신 '지금 하려던 일은 해결됐나?'

이렇게 물으면 아직 남아 있는 것들 사이에서도 오늘을 마칠 자리가 생길 것 같습니다.

내일 조금 덜 피곤해지는 다섯 가지 기준

1. 매일 지우는 것이 있다면, 들어오는 길부터 줄이기

같은 쇼핑몰의 광고를 매번 지운다면, 확인된 정상 업체의 메일은 수신을 해지하는 편이 낫겠죠. 필요할 때 직접 찾아가도 되는 앱이라면 알림을 계속 받을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보고요.

의심스러운 메시지는 안에 있는 링크를 누르기보다 앱의 스팸 신고·차단 기능을 이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한국에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 불법스팸대응센터(국번 없이 ☎118)나 spam.kisa.or.kr에서 스팸 신고와 상담을 받을 수 있어요. 미국에 계신다면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도 필터링과 신고 방법을 안내합니다.

전부 한꺼번에 정리하려고 하면 그것도 큰일이 됩니다. 오늘 저를 또 귀찮게 한 경로 하나부터 줄여보면 어떨까요.

2. 모든 소식이 나를 바로 부르지 않게 하기

가족의 급한 연락과 쇼핑몰 할인 안내가 같은 소리로 저를 부를 필요는 없겠지요.

일 때문에 처음 연락하는 사람의 전화도 받아야 하니 무조건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필요한 연락은 열어두되, 일반 메일과 뉴스는 하던 일을 마친 뒤 확인하는 식으로 구분해볼 수 있겠어요.

이메일 확인 횟수를 줄였을 때 스트레스를 덜 느꼈다는 연구도 있어요. 소식이 도착한 시간과 제가 읽는 시간이 늘 같을 필요는 없는 거죠.

3. 오늘 배울 것보다, 오늘 해결할 일을 정하기

'AI를 잘 써야지'는 어디서 끝나는지 알기 어려워요. '이메일 한 통 고치기', '어려운 설명 이해하기'라면 끝낼 수 있습니다.

그 일이 해결됐다면 오늘은 거기까지 해도 되겠죠.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먼저 물어보는 겁니다.

'이걸 알아야 지금 내 일을 할 수 있나?'

아니라면 나중에 알아봐도 괜찮습니다. 처음 보는 단어가 전부 오늘의 공부 목록이 될 필요는 없으니까요.

4. 좋은 정보도 그냥 지나쳐보기

유익하다고 모두 저장하면 저장함이 밀린 숙제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남겨두기 전에 어디에 쓸 것인지 잠깐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지금 하는 일에 필요한 자료는 모아두고, 막연히 언젠가 필요할 것 같다면 보내주는 거예요. 필요할 때 다시 찾아볼 수도 있겠죠.

특히 보고 난 뒤 배운 것보다 조급함만 남는 콘텐츠라면 잠시 덜 봐도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정보가 오늘 저에게도 꼭 필요한 정보는 아닐 테니까요.

5. 조금 남아 있어도 오늘은 끝내기

필요한 답장을 했고 중요한 일을 챙겼다면, 읽지 않은 메일 몇 개가 남아 있어도 쉬어보는 겁니다.

내일 다시 쌓였다고 오늘의 정리가 실패한 것은 아니겠죠. 원래 계속 들어오는 것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제가 하루를 끝낼 시간을, 모르는 사람이 보내는 광고 메일이 정하게 둘 수는 없잖아요. '오늘은 이 정도면 됐네.' 그 말을 조금 더 쉽게 해주고 싶습니다.

내 인생 전체가 초보는 아니잖아요

새로운 도구가 나오면 잘 쓰던 것이 갑자기 뒤처진 것처럼 느껴져요.

그런데 주방에서는 그렇게 살지 않잖아요. 새 냄비가 나올 때마다 바꾸지는 않죠. 지금 쓰는 것으로 요리가 잘되면 계속 씁니다.

디지털 도구도 조금은 그렇게 대하면 어떨까요. 제 일을 충분히 도와준다면 당분간 그대로 써도 되겠죠.

설명이 어렵다면 저를 탓하기 전에 다른 설명을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기초부터 알려주는 자료를 보거나, 쉬운 말과 생활 속 예로 풀어달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기초적인 질문을 한다고 제 인생 전체가 초보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우리는 일하고, 사람을 만나고, 크고 작은 문제를 풀면서 살아왔습니다. 새로운 기능 하나를 모른다고 그동안 쌓은 판단과 경험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죠.

그리고 도구 덕분에 일을 일찍 마쳤다면 그만큼 쉬어도 좋겠습니다. 빨라진 만큼 다른 일을 더 채워 넣으면, 편리해진 보람을 누릴 시간이 없잖아요.

좋은 소식도 하나 있습니다

자료를 찾다가 뜻밖의 표를 하나 봤어요.

성인 2,169명에게 "당신의 삶은 심플한가요?"라고 물은 조사인데, "복잡하다"고 답한 비율이 이렇게 나왔습니다.

20대 70.2%
30대 67.3%
40대 61.3%
50대 54.7%
60대 이상 31.6%

저는 당연히 반대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빨라지니 더 복잡해질 거라고요.

그런데 내려갑니다. 60대 이상은 절반 이하예요. 제일 복잡하다고 느끼는 건 20대였고요.

참고로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 1위는 일과 업무(56.8%), 2위는 인간관계(49.1%)였습니다. 디지털 정보와 미디어는 35.4%로 3위였어요.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더라고요. 우리를 지치게 하는 건 기계 자체라기보다, 그 기계를 타고 들어오는 일과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지금 복잡한 것이 앞으로 더 심해지기만 하는 건 아닌 모양입니다.

오늘 들어온 모든 것이 내 숙제는 아니니까요

저는 앞으로도 새로운 것을 배울 것 같습니다. 다만 모르는 것을 만날 때마다 뒤처졌다는 생각부터 하지는 않으려고요.

내일도 문자는 올 겁니다. 메일은 쌓일 테고, 화면 속 누군가는 또 대단한 일을 해내겠죠. 그래도 그때마다 제 하루의 계획을 바꾸지는 않았으면 해요.

'심플한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지만, 생활을 단순하게 만드는 일은 저에게도 쉽지 않네요. 비우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무엇을 다시 받아들일지 정하는 일이 남아 있으니까요.

깨끗이 비운 화면보다 지금 제게 필요한 건, 중요한 일을 마친 뒤 편하게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입니다. 모르는 것 몇 개를 그대로 둔 채 저녁을 보내도 괜찮다는 마음이요.

평생 바쁘게 살아왔으니 이제는 조금 쉬어도 되겠죠.

AI도 내일 다시 물어보면 대답해줄 테니까요.

여러분은 요즘 무엇 때문에 가장 숨이 차세요? 계속 배워야 한다는 마음인가요, 아니면 정리해도 다시 쌓이는 것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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